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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 BR-18S 지게차 수리

개인정비작업/기타

by aRTBIKE 2020. 8. 26.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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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이사를 하면서 지게차가 정말 절실했었다.
그런데 이사 온 건물의 1층이 필로티 구조 건물의 주차장 용도라 천장이 낮아 좌승식 지게차는 들어갈 수가 없고 입승식 지게차는 마당의 바닥이 고르지 않아 사용하기 힘들었다.
게다가 2층으로 뭔가를 올리려면 최대 양고가 3미터는 넘어야 하는데 2단 마스트로 높이가 낮으면서 3미터 올라가는 것은 찾기가 힘들었다.

그러다가 저렴하게 나온 대우 BR-18S 지게차를 보게 되었다.
아주 구형 모델인데 스펙이 내 용도에 적당히 맞아서 구매하기로 결정.

참고로 지게차는 더 큰 지게차로 내린다.....

일단 주차장에서 2층으로 물품을 올리는 위치를 잡고 난간을 제거해서 물품 이동경로를 만들었다.

2층 옆 복도의 하부 턱 때문에 높이가 조금 모자랐지만 팔레트 두장을 겹치면 딱 물품을 내릴 수 있는 높이가 된다.
하나씩 올리던 엔진을 한 번에 쓱 올릴 수 있게 되었다.

몇 번 사용하지도 못하고 문제가 생기기 시작.
일단 마스트 유압실린더에서 오일이 새기 시작했고 잠시 사용하다 보면 배터리는 아직 충분한데 에러코드를 내면서 마스트의 동작이 멈춘다.
키를 껐다가 다시 켜면 또 되긴 하는데 증상이 한번 발생하면 그 반복 주기가 점점 짧아진다.

처음에는 당연히 판매처에 연락하여 수리기사를 불렀다.

원래 이런 종류의 장비를 정비하는 사람들이 섬세하지 못하다는 것은 그간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지만 진짜 작업 과정을 보고 있으니 전문 정비업자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압실린더 오일씰 하나 교환하는데 마스트를 몇 번이나 바닥에 떨어뜨리고 유압유는 다 쏟고 유압실린더에는 상처를 내놓고 게다가 수리를 하다가 중간에 부품을 산다고 가버리더니 전화도 안 받고 잠수...
대체 뭔 경우인지 모르겠다.

바이크도 그랬지만 역시 직접 정비하는 게 편하다.
먼저 1층 내부에서 좀 더 원활하게 이동하기 위해서 헤드가드를 떼어냈다.

헤드가드는 물품이 떨어질 때 운전자를 보호하는 역할인데 원래는 떼면 안 되는 것이나 중량물을 높이 올릴 일이 없고 천정고가 낮은 주차장을 자주 드나들어야 하는 내 환경특성에 맞추어 임시로 떼어 두었다.
작업 자체는 훨씬 편해졌다.

이제 문제 해결을 위해 정비를 시작한다.
지게차는 한번 만져본 적도 없어서 일단 지게차의 구조와 종류부터 공부를 좀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자료를 모으고 용어와 기본적인 동작 방식을 정리했다.

일단 소형 전동지게차는 3개의 모터가 기반이 된다.
주행모터와 마스트를 움직이는 유압모터, 그리고 파워핸들에 해당하는 EPS모터이다.

이 지게차는 구형이라 모든 모터가 DC 모터인데 일단 주행에는 문제가 없고 마스트를 움직일 때만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아 유압모터와 컨트롤러 쪽에 문제가 있을 거라고 짐작만 했다.
수리 매뉴얼을 인터넷 상으로는 구할 수 없었고 계기판 일부가 망실되어 있어 에러코드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없으므로 일단 가정과 검증으로 맞춰가야 한다.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껐다 켰다를 반복하면서 사용하던 중 결국 작동이 안 되는 상황이 되었다.
유압모터 브러시에서 불꽃을 내더니 결국 처음 보는 에러코드를 내면서 마스트는 아예 작동하지 않게 되었다.

그간의 공부를 통해 대략적인 구조를 알게 되어 직접 수리를 시작.

분리된 유압모터.


6KW DC 모터이고 4개의 카본 브러시가 들어간다.


이미 브러시뿐만 아니라 정류자 편의 손상도 심하다.

공구상가 여러 곳에 전화하고 모터 수리점들을 다 돌아다녔지만 같은 규격의 브러시는 구할 수 없었다.
게다가 왜 수리 쪽 일을 분들은 왜 그리 불친절한지...
제일 많이 듣는 답이 어떤 물품을 찾는지 자세히 들어보지도 않고 "그런 거 없어요'....

결국 팔탄에 있는 지게차 부품점을 알게 되어 미리 통화 후 직접 가서 브러시를 사 왔다.
여기는 사장님과 사모님이 같이 일하시는 것 같은데 기술적인 부분은 사장님이 많이 아시는 것 같고 사모님은 적극적인 마인드라 친절하게 상담을 해주셔서 아주 좋았다.

새 브러시와 기존의 브러시.
브러시는 전체 길이의 1/3 이상이 마모되면 갈아야 한다고 들었는데 그것은 브러시를 눌러주는 텐셔너의 텐션이 약해져서 브러시를 잘 밀착시켜주지 못하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회전자를 분리하여 선반에 물리고 손상된 정류자 편을 가공한다.
구리이기 때문에 밀리는 현상이 많아 선반작업만으로 깔끔한 면이 나오지 않는다.

선반작업 후 사포질과 정류자 편 사이의 홈파기를 계속 반복하여 면을 잡는다.

유압모터를 재설치했다.

매끈하게 잘 되고 에러도 발생하지 않는다.
결국 수리기사가 진단한 컨트롤러 문제가 아니라 유압모터의 정류자와 브러시의 문제로 계속 에러가 발생했고 컨트롤러의 보호회로가 동작해서 작동이 계속 멈추었던 것.

문제가 해결되어 속이 시원하다.


참고로 중고 전동 지게차를 구매할 계획이 있는 분들을 위해 그동안 여러 곳의 판매점에 지게차 구매와 수리, 대차 등의 문의를 하면서 느낀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해본다.

최근에 일본에서 중고 지게차를 수입 후 도색과 아주 기본적인 정비만 해서 판매하는 업자들이 많은데 그 판매글들을 잘 살펴보면 지게차의 연식을 써두지 않은 것은 일단 그 차량은 90년대 차량이라는 뜻이다.
연식이 표기된 명판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명판도 있어서 도색된(그것도 바퀴까지 페인트로 떡칠한) 외관만 보아서는 연식을 알 수 없다. 사용시간 정보도 사실 정확한 것인지 알 수 없다.

판매자들이 제시하는 것은 두 가지인데 기본적인 스펙과 배터리 등급 정도이다. 물론 두 가지 다 좋다고 써놓았다.
전동지게차에서 배터리가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은 배터리의 가격을 생각하면 너무 당연한 것이다.
배터리에 관련된 내용도 자의적인 판단으로 상급, 중급 딱 두 가지 기준...
자기가 판매하는 상품이니 배터리가 하급이라고 말하는 판매자는 없을 것지만 배터리 상태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도 없고 두 시간이니 세 시간이니 사용이라고 써두면서 진짜 자기가 그만큼 운전을 해보기나 하는지 모르겠다.
뭐 고베 배터리가 최고니 재생해서 신품에 준하는 배터리니 하는 말들에는 어떤 기술적인 근거도 없다.
단지 전압만 나온다고 해서 그 배터리가 정상 사용이 되는 배터리라고 할 수 없는데 테스터로 측정 시 정상범위의 전압이 나와도 부하가 걸리면 전압이 뚝 떨어지거나 방전율이 떨어지는 배터리도 많다.
구매자가 문제를 제기하면 증류수 보충과 균등충전 등등 운운하면서 사용자 탓으로 돌리는 경우도 많다.

또한 판매자들은 말 그대로 판매자일 뿐이다.
지게차 시스템에 대해서 대부분 기초적인 지식밖에 없다. 복잡한 기술적인 내용은 거의 모른다.
지게차 수리기사라고 보내주는 사람들도 사실 자신의 경험에 근거한 추측 진단 외에 다른 진단시스템이 없다.

내가 생각한 지게차 구매 팁은 
일단 도색된 수입 지게차는 피하는 게 좋다. 연식과 사용시간이 적은 지게차는 당연히 상태가 좋겠지만 그만큼 고가이다.
도색을 했다는 것은 그만큼 외관 상태가 좋지 않았다는 것이고 상대적으로 험하게 사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내가 판매자라도 기본적으로 상태가 좋은 지게차라면 굳이 30~40만 원씩 들여서 도색을 해서 가격을 높일 이유가 없다.
만일 현재 기준으로 400만 원대 이하의 지게차를 구매하면 사용하면서 금방 문제를 겪게 될 확률이 높다고 생각된다.

배터리는 되도록이면 판매점에 방문하기 전에 충분히 충전해달라고 하고 판매자가 제시한 시간만큼 사용이 가능한지와 중량이 있는 물체를 실제로 들고 옮겨보는 확인을 하는 것이 좋다.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위에서 말한 대로 배터리 전압이 절대적인 기준은 안되지만 일단 무부하와 부하 전압 정도는 체크해보고 그 차이가 큰지 확인해야 한다. 또한 입식 지게차의 경우 증류수 보충 시스템도 개별로 보충해야 하는 경우 배터리를 꺼내야 하고 불편하니 되도록 증류수 보충 호스가 설치된 것이 좋다.
배터리 셀 중에서 일부가 이상이 있는 경우도 있으니 각각의 셀의 증류수 주입구와 플로트 상태라도 확인해야 한다.

또 하나 그나마 업자한테 구매를 하면 문제제기라도 할 수 있지만 개인 거래를 하는 경우엔 진짜 답이 없다.
악덕업자를 능가하는 개인 판매자가 얼마든지 있다. 아주 싼 가격에 가져와서 수리하면서 사용할 생각이 아니라면 오래된 지게차를 개인에게 구매하는 것은 나 같으면 안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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