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시청자 여러분. on the Map"의 Avi Lewis입니다.
지난 주에 저희는 아얀 히르시 알리(Ayaan Hirsi Ali)와 가진 인터뷰를 방송했습니다.
이슬람을 격렬하게 비판하는 운동가인 그녀가 쓴 자서전이 지금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있습니다.
사실 그녀의 책이 아니더라도 요즘 종교를 공격하는 베스트셀러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종들의 기원'은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the God Delusion)이라고 할 수 있죠.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무신론자인 그는 이 책에서 종교를 거침없이 공격하고 있습니다.
최근 그가 토론토를 방문한 기회를 이용해 저희는 그와 인터뷰를 할 수 있었습니다.
먼저 최근에 저희가 방영한 그의 다큐멘터리-책과 같은 제목이었습니다만-의 한 꼭지를 보시죠.
(다큐멘터리의 원제목은 아시다시피 "Root of All Evil"입니다.)
[다큐멘터리에서 도킨스의 목소리 부분]
저는 과학자입니다. 그리고 저는 과학과 종교적 믿음 사이에 근본적인 대립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초자연적 신이 존재한다는 그 어떤 설득력있는 증거도 나온적이 없습니다.
저는 21세기는 이성이 지배하는 시대가 될거라고 기대했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비이성적이고 공격적인 종교세력들이 오히려 다시 부활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사회자:
오늘날 인류에게 종교가 구체적으로 어떤 위협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도킨스:
저는 이 문제들은 근본적으로 '믿음'과 관련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떤 이성적인 근거, 과학적 증거도 없는 '종교적 믿음' 말입니다.
아직도 인류 구성원 중 상당수가 태어날 때부터 이런 믿음만이 절대적인 가치라고 교육받고,
자신의 믿음에 대해서는 그 어떤 논리도, 근거를 댈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들 중엔 그 믿음이 너무 강해서, 그것을 위해선 다른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이런 극단주의자들은 그 믿음의 논리상 오히려 정상적인 결과가 아닐까요?
만약 자신의 믿음이 옳고, 상대방이 틀렸다고 정말 정말 100% 확신한다면 무슨 짓인들 못하겠습니까?
반면 합리적 이성에 의존하는 사람은 그럴 수 없습니다.
내가 지금 옳다고 생각하는 것도 언젠가 반대되는 증거가 나온다면 바뀔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 때문에 누군가 다른 사람을 해친다는 건 생각할 수도 없겠지요.
사회자:
종교적 위선과 다른 분야에서의 위선이 다른 점이 뭐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도킨스:
'위선'이라니 구체적으로 어느 분야를 염두에 두고 말씀하신 건지요?
사회자:
아.. 예. 그럼 직설적으로 말씀드리죠. 저는 미국의 부시 대통령을 염두에 두고 여쭤 본 겁니다.
이 정치인은 아주 여러 분야에서 근본주의자라고 할 만한 인물입니다.
가령 중동에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민주주의를 심는다는 구실로 전쟁을 일으키지 않았습니까?
그런 식의 정치적인 근본주의를 종교의 근본주의와 비교해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요?
교수님께선 종교의 근본주의가 훨씬 더 해롭다고 생각하시잖아요.
도킨스:
음.. 저는 그가 자신이 중동에 한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아직도 깨닫지 못했다고 봅니다.
적어도 본인은 이라크에 '민주주의와 자유'를 전파하고 있다고 진심으로 믿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시점에서 평가하면 그런 가능성을 어떻게 진지하게 믿을 수 있는지 의심할 수 있지만,
그가 정말로 겉보기만큼 진짜 멍청이냐고 묻는다면, 저는 아마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
그러니까... 그가 자신의 말을 정말 신실하게 믿고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그건 이라크전쟁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 자신의 기독교 신앙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겠죠.
그러니 부시의 경우에 '위선'이란 단어를 쓰는 건 적당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자:
최근에 미국 공화당 대선예비주자들의 토론이 있었는데요..
거기서 진화론을 믿느냐고 물어보자, 10명의 주자 중 3명이 믿지 않는다고 손을 들었습니다.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보십니까?
도킨스:
진화론에 반대한 사람이 3명밖에 되지 않았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들 중 존 맥케인은 특별히 진화론에 대한 생각을 질문 받았었죠.
[공화당 대선예비주자 토론회 화면]
패널: 맥케인 의원님, 진화론을 믿으십니까?
맥케인: ...... 예.
도킨스:
그는 '예'라고 대답했지만, 한참 망설이다 그렇게 대답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습니다.
아마 진화론 자체에 대해 헷갈려서가 아니라 자신의 대답이 가져올 정치적 득실을 계산한 거겠죠.
[다시 공화당 토론회 화면]
맥케인: ;; 잠깐만요.. 방금 제 대답에 좀 보충설명을 해도 될까요?
도킨스:
잠시후에 황급히 '그렇지만, 난 신의 손길을 느낀다'는 식의 상투적인 문구를 덧붙였습니다.
[다시 공화당 토론회 화면]
맥케인: 전 진화론을 지지하지만, 그랜드 캐년의 석양을 보면 거기 계신 신의 손길도 또한 느낍니다.
사회자:
교수님은 이른바 종교적 '온건파'들을 심하게 공격하시는 것 같은데 이유가 뭡니까?
도킨스:
음.. 전 이게 '심한 공격'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시다시피 사람들은 보통 서로 반대되는 입장들에 대해 이른바 '중용'을 지키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는 저 위 어디선가 우릴 지켜보는 초월적 절대자가 있다는 황당한 믿음,
또 그런 맹목적 믿음을 검증은 커녕 오히려 미덕으로 치켜 세우는 사람들에 대해서 생각해 봅니다.
물론 그들 대부분은 선량하고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보통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바로 그런 이들이 근본주의자들이 생겨날 토양을 제공하고 또 보호막이 되어주는 겁니다.
왜냐하면, 종교적 믿음은 미덕이고 무조건 존중받아야 한다는 온건파들 덕분에
종교에 대해 합리적이고 비판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게 처음부터 불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사회자:
하지만 교수님의 논리대로라면.... 철저한 평화주의, 사회정의를 부르짖는 퀘이커교도들이
가령 낙태 클리닉을 폭탄으로 공격하려는 근본주의 광신도들을 돕고 있다는 말이 되지 않나요?
도킨스:
아주 극단적인 비유입니다. 제가 말하려는 건...
사회자:
하하... 하지만 교수님도 가끔 그런 극단적인 예를 들어 종교를 공격하시지 않습니까?
도킨스:
제가 말하는 '온건파'는 구체적으로 로마 가톨릭과 같이 조직화된 주류 종파를 말하는 것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사회자가 지금 말하신 그런 '온건파'와는 조금 의미가 다른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살만 루쉬디에게 사형 선고를 내리고 그의 책을 붙태우는 행위를 은근히 두둔하는 것,
또 가령 AIDS를 예방하려면 콘돔보다는 '성적 금욕'이 해결책이라는 교리에 동조하는 것,
동조의 수준이 넘어서 그런 교리를 적극적으로 선전하는 것 같은 게 문제입니다.
'금욕'이 AIDS를 막는 확실한 방법이라는 주장 자체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만,
그런 논리의 방패 뒤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어떠합니까?
콘돔이 HIV 바이러스를 다 통과시킨다는 거짓말을 퍼뜨리는 세력들이 숨어 있습니다.
가톨릭 고위 성직자들이 당장 사람들이 AIDS로 죽어가는 아프리카에서 그런 얘기를 하고 다닙니다.
그러니 제가 생각하는 온건파는 사회자의 잣대로 보기엔 실제로 '온건'하다고 말하기 힘들겠군요.
사회자: 알겠습니다.
근데 혹시 좀 걱정이 되지 않으십니까? 교수님 방식이 너무 극단적이고 공격적으로 보여서
교수님 생각에 원칙적으론 찬성하는 이들조차 거리를 두게 만들지 않을까 하구요...
도킨스:
어려운 질문입니다. 지금 물으신 건 일종의 '정치 전술'의 문제라 할 수 있겠죠..
많이 고민해봐야 할 문제이고, 아마 지금의 제 방식이 틀렸을수도 있습니다.
그런 말을 제게 해준 사람들이...
사회자:
하하.. 그 얘기를 하니 테드 해거드(Ted Haggard)와 교수님의 만남이 생각나는군요.
(아시겠지만 해거드는 전미 복음주의자 연합회의 회장을 맡았던 극보수 목사로,
도킨스의 다큐멘터리 "Root of All Evil"에서 도킨스와 말다툼을 벌인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 뒤에 알고보니 동성애자로 남성 매춘부와 혼외 정사(?)를 즐겼던 것이 밝혀져
담임 목사자리는 물론, 모든 공직에서 물러난 사건 때문에 한층 더 유명한 인물이 되었죠..)
[다큐멘터리 장면]
해거드:
(도킨스에게) 선생님.. 당신이 잘 아는 분야도 있고, 또 잘 모르는 분야도 있겠죠.
시간이 더 흐르면, 그 중 어떤 점은 틀렸고 어떤 점은 맞았다고 할 겁니다.
하지만, 부탁인데, 그 과정에서 겸손함은 잃지 마시기 바랍니다.
(사실 해거드의 말은 맞는 말입니다. 맞는 말인데..
다만 이 앞에서 진화론/창조썰을 둘러싼 말다툼 중에 이런 얘기가 나왔다는 게 모순이죠. ^^)
도킨스:
하지만.. 하지만 말입니다..
이런 어리석음에 대해서 어떻게 점잖고 예의바른 태도만을 지킬 수 있는지 좀 궁금합니다.
한발 물러나서 이들의 '믿음'을 바라보십시오.
이들의 신성한 믿음이, 예컨데 그림형제의 동화에 나오는 마법얘기와 다른 점이 무엇입니까?
누군가 손가락을 찰칵하면 당신이 개구리로 변한다고 주장한다면, 그 얘기를 정말로 믿으라고 한다면,
그런 주장을 진지하고 심각하게 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지 않습니까?
그런데 본질적으로 그런 동화속 세계와 다른게 하나도 없는 얘기에
'종교'나 '믿음'이라는 간판을 씌우기만 하면 갑자기 '당연히 존중해야 하는 어떤 것'이 되고 맙니다.
오히려 비판하는 사람들이 예의없다는 비난을 들어야 합니다.
사회자: 도킨스 교수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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