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여러 성향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인간관계의 폭이 넓어질수록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명확해지고 호불호가 갈린다.
어렸을 때에는 나한테 좋은 말만 해주고 잘해주는 사람이 좋았다.
그런데 나이가 좀 들고 나니 개인성향이나 상황에 따른 오해, 주변의 영향 등으로 인간관계가 영원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겉으로 호의적인 사람보다 자기자리에서 묵묵히 자기일 잘하고 늘 변함없는 사람에게 마음이 간다.
손님도 마찬가지다.
당당하고 자기의견을 명확하게 표현하는 사람이 좋다.
그런 사람이 거래는 물론 인간관계에서도 장기적으로 깔끔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바이크 한 대가 입고되었다.
엔진 곳곳의 많은 누유 흔적과 하한선에 못 미치는 오일량.
파손된 플러그캡
플러그 홀 나사산 파손으로 플러그가 걸리지 않아 스내칭을 하면 플러그가 튀어나온다.
뭐 소모품도 상태가 좋지 않았다. 이 바이크에 대해서 수리 의뢰를 받아 점검을 하고 견적을 뽑고 부품공급처와 일본 옥션에서 부품을 수급하는 도중 차주로부터 개인 사정으로 당장은 수리를 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차주와의 카톡 내용인데 이전에도 며칠 동안 점검과 수리 방향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어쨌든 수리 진행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차주의 결정에 따라야 하므로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고 차량을 다시 조립하고 차주가 보낸 용달에 실은 후 차량 상차 사진을 보냈다.
헤드까지 열었었기 때문에 내가 점검비로 청구한 금액은 20만 원이었다.
그 비용이 과하다고 생각을 했다면 전화통화로 금액을 이야기했을 때부터 절충을 하자거나 자신의 요구를 피력했으면 되었을 텐데 바이크 받기 전에는 칼 같던 대답이 바이크 보낸 직후부터 답이 없었다.
보아하니 타투하는 사람이고 자신의 홍보에는 열심이던데 그리 당당한 사람은 아니었나 보다.
전에도 유사한 경우가 있었다.
나름 올바를 사랑하는 사람을 자처하는 양반이 시동 불가의 바이크 두 대를 동시에 입고하고 한 대는 시동 작업을 하고 다른 한 대는 점검을 해서 점검결과를 리포트해서 보냈었다.
그때도 출고 전에 전화 통화로 두 대의 수리비용 12만 원을 청구했었는데 통화 시에는 아무 말 없다가 차량 먼저 보내고 나니 얼마를 주면 되냐고 되묻길래 12만원의 수리비가 아까우면 그냥 돈 안 받을 테니 앞으로 오지 말라고 하고 잊었었다. 석 달인가 지나서 생각지도 않은 점검 비용에 앞이 캄캄했었다며 점검내용과 견적서를 달라는 소리를 해서 자신의 생각만 할 줄 알고 다른 사람의 말은 못 알아듣는 자와는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으니 나대지 말라고 했더니 무슨 생각인지 8개월 후 송금을 하고는 미안하다고 문자를 보냈길래 어이가 없어서 되려 짜증이 났던 적이 있다.
여기 오는 손님들과 지인들에게 종종 '여긴 돈 있다고 아무나 올 수 있는 곳도 아니고 돈 없다고 못 오는 곳 아니다'라는 말을 하곤 한다.
애초에 돈 벌려고 시작한 것도 아니었고 작업하는 기종이나 운영방식도 이윤추구의 기업형태가 아니기도 하지만 기본적인매너를 갖추지 못한 사람을 만나면 짜증이 나는 걸 보니 나는 아직도 사업하기엔 서투른 사람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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