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납품업을 하기 전 방송편집일을 할 때 스탭들에게 늘상 하던 이야기가 있다.
영화든 드라마든 다큐멘터리든 심지어 간단한 홍보영상물이라도 영상물은 보통 세 개의 과정을 거쳐 제작된다.
제작준비과정(Pre-Production), 제작과정(Production),후반처리과정(Post-Production)이 바로 그것이다.
각 과정마다 세부적인 과정이 있는데 영상물의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인력과 장비를 포함한 역량이 집중되는 것은 물론 제작과정이다.
하지만 제작과정의 진행은 전적으로 제작준비과정이 얼마나 충실했는가에 달려있다.
기획, 섭외, 조직, 일정,투자에 관련된 사항은 물론 전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와 하자에 대한 대책까지 제작준비과정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굳이 숫자로 비중을 나눈다면 나는 제작준비과정이 50%의 비중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모든 일에 앞서 자신이 하려는 작업에 대한 이해과 관련된 자료의 수집을 통해 작업을 시뮬레이션 해 보는 것은 필수적이다.
덧붙여 인터넷으로 정보를 수집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인터넷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정보는 체계화되거나 검증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WWW으로 대표되는 인터넷이 활성화되기 훨씬 이전 Gopher나 Archie를 통해 대학과 연구소 등에서 정리된 정보를 제공받던 것과 달리 현재 대중화된 인터넷 서비스들을 통해 개인들이 제공하는 정보는 다분히 주관적이고 부정확한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항상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수집할 때는 정보의 진위와 가치를 스스로 검증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장황하게 시작했지만 목적은 딸랑 깨진 카울 수리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준비성 있는 접근자세가 시행착오를 줄여준다는 주의이기에 실제 작업에 들어가기에 앞서 카페와 블로그에 있는 기존의 FRP작업기들을읽고 정리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FRP작업기들은 제품의 몰드를 만들어 성형하는 방식에 대한 것이고 파손된 제품의 수리에 대한 정보는 그리 많지 않았다.
수집한 정보를 간단히 정리하면 파손된 FRP제품의 수리에 대한 것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었는데 첫번째는 구조가 붕괴된 것에 대한 형태보수로서 유실된 면이나 파손이 큰 부분에 매트와 수지를붙여가며 면을 다시 잡는 것이고 두번째는 수지나 겔코트, 에어로질, 탈크 등을 혼합해 만든 퍼티나 상용보수제(에폭시계열)을 이용해 깨져나가거나 패인 곳을 메우는 작업이다.
일단 재료부터 구한다.
인터넷상에서 FRP재료를 검색하여 찾은 쇼핑몰에서 몇가지 기본적인 재료를 구입했다.
비교적작은 단위로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어 큰 제품 제작이 아닌 보수작업을 하는 입장에서는 아주 다행스러웠다.
구입한 재료는 수지 3Kg/경화제 50ml/탈크 1Kg/매트 1Kg과 기타 붓, 롤러, 사포, 장갑, 토시 등등
시험삼아 깨져나간 휀다에 경화제와 수지를 섞어(권장비율은1:100인데 날씨가 좀 쌀쌀했기에 스포이드를 이용해 1:80으로 맞추었다) 촙스트랜드매트를 손으로 조금씩 찢은 후 수지에 적셔서 때워보았다.
매트 및 수지의 적층이 면을 메꾸는 효과를 알고 싶었고 깨져나간 면이 거칠고 꽉 잡아주는 형태였기에 실험삼아 해본 것으로 수집한 정보에 의하면 ABS수지와 FRP의 결합성이 별로 좋은 편은 아니라고 되어 있었기에 한번에 성공하리란 기대는하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생기기 시작했다. 수지자체의 견고성과 부착력에는 별 문제가 없었지만 내가 가진 휀다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아주 작은 부분이라 파손된 부분을 매트와 수지로 매꾸고 그 위에 도색만 가능하면 될 거라 생각했는데.....ㅎㅎ역시 초보의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일단 매트와 수지로 작업한 부분은 안팎으로 아주 단단히 고정되었다.
이상은 작업후 이상이 없나 확인하기 위해 힘을 주어 휀다를 잡고 비틀었을 때부터 생기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삐걱거리고 페인트가 갈라져서 깨져나가기 시작.
접착제로 깨진 틈새를 붙여 고정시켰지만 파손부위는 점점 늘어갔다.
내가 ABS재질이라고생각했던 부분이 사실은 퍼티로 이전의 파손을 재생해 둔 곳이라는 걸 알게되었는데....
사포질로 도색을 싹 벗겨보았다. 도색만 해도 5겹이 되어 있었고 도색을 제거한 후 알게된 충격적인 사실....ㅋ 휀다의 한쪽면이 거의 퍼티로 되어 있었다.
(전에 작업한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퍼티작업을 잘 하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나같으면 휀다를 하나 사고 말았을텐데...)
게다가 슬립시의 충격과 내가 이리저리 비트는 바람에 퍼티로 잡은 면은 물론ABS부분도 여기저기 깨져있었다.
결국 휀다는 신품으로 하나 구입하기로 하고 이것은 실험용으로 작업 및 도색해 보기로 결정..
처음으로 FRP작업을 하면서 느낀 점은 수지가 생각보다 묽다는 것과 경화가 느린 것 같지만 일단 경화가 시작되면 잠깐사이에 만들어둔 수지를 쓸 수 없게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문제의 FRP카울이다.
어퍼와 사이드의 구분이 없이 일체형으로 된 코어스제 레이싱 FRP카울인데 라이트 우측의 튀어나온 부분이슬립으로 인해 많이 손상되었다.
사이드 에어슈라우드부분도 약간 갈려나갔고 그외 자잘한 손상부위도 꽤 된다.
라이트 우측부분이 제일 심각한데 각이 진 부분이라 도로에 쓸리면서 완전히 깨져나가 구멍이 났으며 깨진 조각들도 너덜너덜하다.
사이드 에어슈라우드쪽에 갈려나간 부분은 약간의 두께 변화정도로 강도에는 크게 문제가 없을 것 같긴하다.
안쪽에서 매트를 적층하기 시작한다.
신나로 보수할 면을 깨끗이 닦고 구석진 면 안쪽부터 매트를 찢어 수지에 적신 다음 조금씩 붙여나가면서 철롤러와 붓의 뒷부분으로 꼼꼼히 눌러 기포를 최대한 제거한다.
어느정도 적층이 되면 매트를 가위로 잘라 조금 넓게 면을 정리한다.
눌려서 파손된 윙카자리 아랫부분에도 보강을 해준다.
경화가 된 후 1차 사포질을 한 상태이다. 면은 어느정도 형성이 되었고 강도에도 문제가 없다.
힘을 가했을 때도 깨져 나가거나 금이 가는 곳은 없었다.
원래가 FRP였기에 고정은 비교적 쉽게 된 것 같다. 나름 꼼꼼하게 한다고 했는데도 큰 기포가 몇 개나 보인다.
기포는 기본적인 강도와 말끔한 도색면에 방해가 되므로 발생을 최대한 줄여야하고 생긴 부분은 마감퍼티 등으로 깔끔하게 메꾸어야 한다.
사진은보수한 부분의 반대쪽인데 인수할 때부터 있었던 파손을 지난번 도색전에 퍼티로 보수한 것이다.
그냥 퍼티로 메꾸면 FRP의 유연성 때문에 퍼티에 금이가거나 심한 경우 뚝 떨어져 나가게 된다.
금간 부위를 접착제로 메꾸고 사포질 했다.
파손이 제일 심했던 라이트 우측 각진 부분이다. 좀 두껍게 적층했더니 돌같이 단단하게 굳긴 했는데 유연성은 없다.
다른 손상부위를 찾고재 도색을 하기위해 기존의 도색을 제거한다.
FRP에 리무버를 사용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고분자수지의 특성상 이미 경화된 후에는 문제 없을 것 같다) 리무버도 없고 사러가기도 귀찮아서 사포질을 한다.
먼지가 날리지 않도록 물을 뿌려가며 사포질을 하는데 물사포질은 갈려나가는 정도가 곱기 때문에 거친 사포라도 진짜 뼈빠지게 밀어야 한다.
예전에 구입했던 전기샌더는 어디두고 원초적으로 하려니 힘들다. 결국 절반만 밀고 하루의 작업을 종료... 지쳤다.
흑백의 조화를 이룬아수라카울이 되었다.
물사포질을 하면서 수지작업을 한 면들을 재차 정리해준다.
사이드의 갈린 부분도 매트를 길게 잘라 적층하여 살을 붙여주고 사포질하여 면을 다듬었다.
다음날 부지런히 사포질을 하여 도색을 다 제거했다.
이제 마감퍼티 작업하고 곱게 전체적인 물사포질을한 후 도색을 보내야 한다.
초보의 작업이므로 분명 하자가 발생할 것이지만 앞으로 계속 공부하여 보수는 물론 작은 소품정도는 제작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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