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단골고객께 판매한 아질리티 125가 두 달여 만에 간헐적인 시동 불가 증상으로 입고.
증상은 시동도 잘 걸리고 잘 달리다가 한번 시동이 꺼지면 킥이든 셀이든 시동이 걸리지 않고 셀을 누르면 셀모터가 돌다가 버튼에서 손을 떼면 딱 한번 점화가 되어 시동이 걸릴 듯하다가 꺼진다.
셀모터는 이상없이 힘차게 돌기 때문에 배터리가 원인인 것 같지는 않고 캬브나 연료계통의 문제로 보이지도 않는다.
결국 점화계통의 문제.
플러그를 확인해보니 셀을 돌릴 때 스파크가 안 튀다가 셀 버튼에서 손을 떼면 딱 한번 스파크가 튄다.
스파크가 튀긴 하기 때문에 플러그나 케이블, 이그니션 코일의 문제로 보이진 않고 그럼 결국 픽업이나 CDI 쪽 문제라고 귀결된다.
점검 결과 픽업은 이상무.
그런데 CDI에 이상이 있다고 가정한다면 시동이 잘 걸릴때도 있다는 것이 좀 아이러니.....
휴일 낮에 잠깐 조용할 때 혼자 고민하면서 키온을 하니 CDI에서 찌잉 하는 고주파음이 난다.
CDI의 역할이 픽업코일에서 시그널을 받아 그에 맞춰 이그니션 코일을 가동할만한 전력을 공급해주는 것이므로 분명 대용량 콘덴서를 내장하고 있을 것이고 그동안 컴퓨터 메인보드나 파워서플라이의 고장 증상을 통해 콘덴서에 이상이 생기면 고주파음이 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CDI의 콘덴서가 고장 난 것으로 결론.
문제의 CDI.
부품은 오더했지만 한 달 이상 걸린다고 한다.
아질리티가 인기차종은 아니지만 그래도 국내에 정식 발매된 기종인데 부품 가격은 그렇다 쳐도 수급에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은 좀 그렇다.
출퇴근용 스쿠터를 고치는데 한달을 세워둔다는 것은 오너에게 너무 미안한 일.
게다가 내가 판매한 차량이니 더욱 그렇다.
그래서 히팅건으로 CDI의 일부를 녹여 내부의 콘덴서를 유사한 용량으로 교체하고 테스트.
CDI를 감싸고 있는 물질을 히팅건으로 녹이다 보니 커넥터까지 약간 녹아버렸다.
이상태로 시동은 잘 걸리지만 가끔 시동이 꺼지는 현상이 발생.
불안한 상태로는 매일 반복되는 출퇴근용 스쿠터로 사용할 수 없기에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국내에 발매되는 GY6 엔진용 CDI는 대략 여섯 종류.
모두 구입하여 테스트.
쥬드용이 맞지 않을까 예상했지만 예상은 빗나갔고 같은 GY6엔진용 CDI라도 용량에 따라 소모전력이 다 달랐다.
다행히 메이커 순정으로 발매되는 것들 중에서 호환되는 것을 찾았다.
여러 번에 걸쳐 테스트 후 오랫동안 기다린 오너에게 미안한 마음에 세차와 기타 추가 정비를 마치고 출고.
내가 판매한 차량이므로 당연히 무상 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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