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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접장비] 효성 Z-PULSE 351 펄스 미그 용접기

정비공구/용접

by aRTBIKE 2020. 3. 5.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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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칭 : Z-PULSE 351
형식 : SM-M351
범주 : Inverter Pulse MIG 용접기
주요 기능 :

현재 국산 용접기 제조사 중에서 대기업은 효성중공업이 유일하다.
다른 제조업 분야 대기업들이 산업장비와 제조설비 등은 수입판매에 집중하고 있을 때 그래도 효성은 일본 다이덴/다이헨과 기술제휴(다음 단락에 나오겠지만 사실 카피라고 해야 맞다)를 통해 꾸준히 용접기를 생산해왔고 국산 용접기 중에서는 높은 가격만큼이나 품질을 인정받고 있기도 하다.
이전부터 효성 용접기를 몇 대 사용하고 있었는데 Z-PULSE MIG용접기를 어쩌다 중고품으로 구매하게 되어 국산 펄스 미그는 어떤 성능인지 사용해 볼 기회가 생겼다.
물론 나온지 꽤 된 제품이고 최신 제품처럼 시너직이나 디지털 컨트롤로 무장한 제품이 아니므로 특별한 기능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용접기 자체의 기본 성능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했다.

이렇게 생겼다.

전형적인 효성용접기의 디자인이긴 한데 효성 용접기 자체가 다이덴 용접기의 카피 제품이다 보니 다이덴/다이헨의 용접기와 아주 유사(다음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사실은 똑같다고 해야 맞을 정도)하다.

다이덴의 Z-PULSE 350AL용접기

다이덴은 98년인가 OTC 다이헨에 인수된 용접기 제조사이다.
이 제품은 AL전용 제품이긴 하지만 한눈에 봐도 거의 같은 제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압, 전류계가 디지털 방식으로 바뀐 것을 제외하면 전원차단기와 스위치, 노브, 표시등의 위치 및 배열까지 일치한다.
뭐 Z를 강조한 모델명 프린팅까지도 같은 컨셉을 유지하고 있으니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다이헨의 구형용접기 보수부품 공급기한 문서에 보면 Z-PULSE 351은 2003년까지 생산했던 것으로 나온다.



이 정도로 카피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나라 산업 초기에 많은 기업들이 일본과의 기술제휴를 표방한 종속기업 형태로 사업을 확장하였고 이를 지원했던 산업정책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현재도 중공업,산업시설,공작기계,엘리베이터 등등 수없이 많은 분야에서 이런 기술종속기업이 존재한다.
일본 식민지시대부터 이어진 서글픈 역사이면서 동시에 기술 독립을 꿈꾸지 않은 기업들의 타성이 만들어낸 모습이기도 하다.

일단 가져왔으니 점검을 시작한다.
하단의 퓨즈홀더도 다 없이 그냥 선이 직결되어 있어 임시로 가지고 있는 차량용 퓨즈 홀더를 달고 규격에 맞는 퓨즈로 수정.
효성 쪽에 연락을 해서 매뉴얼을 구했다. 용접기 제조사 매뉴얼에는 보통 회로도가 첨부되어 있다.
메일로 연락하여 메뉴얼을 받았는데 메일에 '용접기 판매업체냐, 매뉴얼에는 효성의 지적재산권이 있으므로 최종 사용자 목적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사용 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등등의 내용이 있었다.

해외제조사는 물론 국내 중소제조사들도 자사 제품의 매뉴얼을 사이트의 고객지원 섹션을 통해 별다른 절차 없이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다이헨과의 기술협약에 매뉴얼은 제공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따로 있었는지 굳이 저런 내용을 메일에 쓴 이유가 궁금했지만 어차피 나는 일반 사용자일 뿐이기에 문제 될 것은 없어서 따지진 않았다.

전원 스위치를 올리니 동작은 되는데 전압전류계는 먹통이다.
일단 용접테스트를 해보았다. 용접이 되긴 하는데 뭔가 이질감이 든다.
펄스 미그가 아닌 일반 CO2용접 모드에서의 용접성도 뭔가 세팅이 맞지 않는 느낌이랄까...

전면 패널을 열고 내부를 점검한다.
보조 PCB들은 효성의 제품이었으나 메인 PCB에는 떡하니 다이헨의 스티커가 붙여져 있었다.
같은 용접기이니 다이헨의 부품으로 수리를 했던 것인지 효성에서 판매할 때부터 이런 구성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메인 PCB가 호환될 정도라면 카피 제품이라는 것이 더욱 확실해진다.
약간은 씁쓸하면서 효성 측에서 말한 지적재산권이라는 것은 번역에 대한 권리를 뜻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뭔가 손을 많이 댄 흔적들이 보인다. 단자대의 볼트는 하나만 남았고 설정 딥스위치들도 손을 댄 흔적이 있다.
그동안 경험상 보통의 유저들은 내부의 딥스위치들을 건드리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자동화 라인에서 사용되었던 장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내부의 딥스위치들은 출하시 설정으로 맞추었다.
출하시 설정에서는 전압과 전류가 일원 조정(이것도 일본 용접기 매뉴얼에 나오는 용어인데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으로 전류값만 맞추면 전압은 자동조절이 되고 송급 장치의 전압 조절은 미세 전압 컨트롤 기능으로 사용된다.

일단 전압 전류계 PCB의 배선을 확인하였는데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전압전류계 PCB안에 똑같은 커넥터가 두 개 있고 서로 연결되어 있어 메인 PCB와 연결되지 않았으니 당연히 전원 자체가 공급이 안될 것이고 동작도 안되는 것은 당연하다.
커넥터 등을 사용자가 수정한 흔적이 없었고 메인 PCB에 전압 전류계를 연결하는 커넥터가 없었기에 왜 이런 구조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마도 어떤 이유에서 다이헨의 구형 메인 PCB로 교체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

일단 전압 전류계 PCB를 분리.

하나의 PCB에 같은 커넥터 두 개를 둔 이유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연결된 것은 그대로 두고 하단에 배선색을 맞추어 메인 PCB와 연결될 단자를 납땜.

배선작업이 된 전압 전류계 PCB를 장착.

메인 PCB에서 전압 전류계와 연결되는 부분은 단자대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웃긴 게 회로도에 나온 배선이 틀리다.
배선 번호 40번은 COM(0V)인데 38번과 바뀌어 안내가 되어 있다. 회로도 대로 했다면 아마도 고장이 났을 것이다.
보아하니 회로도도 받은 자료 같은데 다이헨에서 잘못 기재한 것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전압 전류계 PCB와 메인 PCB를 연결.

아크 특성 컨트롤 퍼텐쇼미터에서 또 하나의 이상한 부분을 발견했다.
앞쪽 패널에도 용접과 크레이터 특성을 별도로 조절할 수 있도록 표시되어 있고 배선도 있는데 정작 그 자리에는 싱글 퍼텐쇼미터가 달랑 장착되어 있고 나머지 배선은 연결되지 않은 채 묶여있었다.
고장으로 수리를 하면서 더블 샤프트 퍼텐쇼미터(정확한 명칭은 Concentric Pot.인데 별도로 조절이 된다는 점에서 하나의 축으로 두 개의 저항을 동시에 조절하는 Gang 타입과는 구분된다)를 떼어버린 것인지 아니면 어떤 다른 변수가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게다가 기존의 배선상태는 배선도에 나온 것과도 다르다.
배선도를 믿자니 틀린 부분이 있었던 것이 걸리고 기계의 현재 상태도 의심이 가니 어떻게 하란 말인가.....
어쨌든 배선도를 한번 믿어보기로 하고 배선도대로 다시 연결을 했다.
일단 더블 퍼텐쇼미터가 없기 때문에 크레이터에 관련된 배선은 잠시 보류.
참고로 아크 특성 컨트롤은 다른 용접기들에서는 dI/dt로 표시되기도 하는데 이것은 인덕턴스 컨트롤을 의미한다.
아주 중요한 부분은 아니지만 정밀한 용접 컨트롤에 관심이 있다면 다음의 동영상을 참조.

https://youtu.be/mUw9tqLHecs

일단 송급 장치의 싱글 케이블도 내가 사용하려는 용도로는 너무 길기에 절반으로 줄여서 다시 단말 작업을 했다.
일반 CO2용접에서는 싱글 케이블을 아주 길게 쓰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웨이브 펄스 용접기 수리시 참고한 자료들에 의하면 펄스 미그에서는 용접특성이 용접케이블의 길이에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되어 있었다.

단말 작업을 하면서 다시 확인을 하니 Z-PULSE는 전압 검출선이 없는 것으로 보아 피드백 루프로 완성되는 완전한 펄스 미그 용접기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되었다.

일단 테스트 용접을 몇 번 하고 작은 조각에 CO2 가스 상태에서 펄스 미그와 일반 CO2모드로 각각 용접을 해보았다.
위쪽이 펄스 미그, 아래쪽이 CO2 모드이다.
작은 평면 용접일 뿐이라 큰 차이를 느끼긴 힘들지만 같은 전류량 세팅이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당연히 펄스가 더해진 펄스 미그 쪽이 용입이 확실히 깊고 넓다.
여기저기 고장 난 부분이 있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매한 용접기인데 수리를 마치고 나서는 꽤나 안정된 용접 성능을 보여주니 전투용 용접기로 손색이 없을 것 같다.
효성이라 쓰고 다이헨이라 읽어야 할지도 모르지만 효성중공업은 지속적으로 신형 용접기를 발표하고 있는데 웬만한 외산 용접기보다 더 비싼 가격이다.
국산이라서 저렴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동급 성능 제품이라면 가격을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아쉽게도 바이크 사업은 접었지만 어쨌거나 "프로정신 효성"이라는 캐치프레이즈에 걸맞게 국내 중공업 쪽에서 계속 선도기업으로 남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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